병아리콩 샌드위치
재작년 겨울, 직장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구내식당 이용에 차질이 생겨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기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넘었다.
꾸준히 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는 나의 점심 도시락 메이트인 동료 직원은
정말 건강하고, 맛있는 도시락 메뉴를 싸 오는 걸로 우리 사무실에서 유명하다.
그녀는 저녁에 재료 손질을 다 해놔서 아침에 바쁘지 않게 도시락을 쌀 수 있다고 하지만
파스타, 유부초밥 등 아무리 재료손질을 해 놓는다고 해도 그녀의 부지런함이 없다면 불가능할 메뉴들을 종종 싸오곤 한다.
그에 반해 나는 한동안 도시락 싸는 게 귀찮아서
삶은 달걀, 고구마, 계란 샐러드, 감자 샐러드 등 금방 퍼 먹고 말 정도의 양을 싸와서
식사보단 허기를 달래는 정도로 점심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영양 불균형이 올 것만 같은 점심 식사를 6개월 이상 지속하다가 위경련과 두드러기를 얻고나서야
그 동안의 식사 패턴을 반성하며 조금씩 제대로 잘 챙겨먹기 시작했다.
늘 부실했던 나의 점심 도시락을 보며 그 동안 아무 말 하지 않던 나의 도시락 메이트는 어느날부터 내가 제대로 된 도시락을 싸 오기 시작하자
이제 큰 도시락에 밥 잘 챙겨오시는 거 보니 제 마음이 다 좋아요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년 가까이 그녀와 도시락 메이트를 하며 그녀에게서 많은 재료와 요리를 배웠다.
그 중에 하나는 병아리콩.
같이 도시락 먹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작은 유리병에 매시트 포테이토 같은 것을 싸왔길래
물어보니 후무스라며, 병아리콩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줬다.
병아리콩 들어본 것 같아요. 먹어본 적은 있겠지만, 병아리콩인지 알고 먹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병아리콩은 그냥 그렇게 내 기억에서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는데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병아리콩 샌드위치 영상을 보고난 후 병아리콩이 불현듯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의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도 없이 병아리콩을 구매.
콩 밤새 불리고, 삶고, 식히고, 갈고.
당근, 양파 추가해서 같이 갈고.
마요네즈, 후추, 홀그레인 머스타드 등 기호에 맞게 조절해서 병아리콩 샌드위치 속을 순식간에 완성했다.
계란 없는 에그마요 맛이라고나 할까?
콩이라고 해서 특별히 콩 맛이 강하게 나는 건 아니지만,
후무스처럼 올리브유나 물 넣고 곱게 갈지 않고 물기 없이 다짐기로 갈아서 콩 입자가 씹히긴 한다.
입자 고운 샌드위치 속을 원한다면 병아리콩을 곱게 가는 게 관건인 듯.
병아리콩을 샀다며 그녀에게 신나서 이야기했더니 다음엔 후무스도 만들어보라며 그녀만의 비법을 나에게 알려줬다.
마늘도 넣고 깨도 갈아서 넣으라는 그녀의 비법을 들은 이상, 남은 병아리콩으로는 후무스를 만들지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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