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 Australia

호주 46 주차(5/31~6/6)

by eugeenie 2024. 6. 9.
728x90

5월 31일(금)

새로운 곳에서의 첫 주 근무가 마무리 되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한가한 날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바빴다. 처음이니까,라는 방패로 몇 번의 실수를 넘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격려해본다. 다음 주 월요일은 공휴일이라 3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아무리 일찍 잠들어도 오전 5시 전에 기상하는 것은 꽤나 피곤하므로 주말 내내 푹 자야겠다. 

 

오전 오픈만 하고 시프트가 끝났기 때문에 집에 와서 여유있게 오후 시간을 보냈다. 집 주인 분이 지붕 보수 공사 때문에 잠깐 집에 오셨는데, 매주 화요일에 KFC같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점이 할인을 많이 한다고 할려주셨다. 이유인 즉, 많은 레스토랑이 화요일에 문을 닫기 때문이라고. 이 곳에서 산지 1년이 다 되어갔는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니 피자, 햄버거 등은 사 먹은 적이 많아도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 알 턱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패스트푸드가 땡일 때는 가급적 화요일에 먹도록 해야지.

 

주말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고, 일요일 파티에 참석 할지 말지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안 가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기 때문에 참석 안 할 가능성이 높긴 하다. 일단 다 제쳐두고 잠이나 푹 자야지.

 

6월 1일(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이 없으니 벌써 6월이 되었다는 것도 친구가 말해서 알았다. 2024년도 반 년이 지나갔구나. 1월 부터 매일 같이 일 하느라 그 날이 그 날 같아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다. 2025년이 멀지 않았네.

 

며칠 내내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 되더니 오늘은 모처럼 화창했다. 남편과 30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지역에 가서 농장 구경도 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셨다. 카페 가면 늘 커피만 마시는데 오늘은 디저트도 먹고 싶어서 마카롱도 사 먹었다. 호주에서 본 대부분의 마카롱은 프랑스 전통 마카롱처럼 필링이 적고, 오늘 먹었던 마카롱은 단 맛이 덜 했다. 맛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식 뚱카롱이 그리웠다. 특히 뽀또맛 마카롱. 뚱카롱에 아메리카노 곁들여 먹으면 한 없이 들어가는데. 호주에서는 산미가 강한 원두 때문에 블랙 커피가 아닌 화이트 커피를 먹으니, 배가 불러 디저트는 거의 시켜먹지 않는다. (디저트가 꽤 비싸기도 하다.)

 

오후 시간 잘 보내고 집에 와서는 여전히 고민했다. 내일 파티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이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 며칠 씩 고민하는지, 내 스스로가 너무 우습다. 세상을 바꿀 선택도 아닌데 뭐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건지.. 

 

6월 2일(일)

일요일에는 마트가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데, 남편이 12시 30분 부터 봉사활동에 가야해서 급하게 장을 봤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한국에서는 마트 오픈 시간이 11시라면, 11시 이전에 마트 진열대가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로 손님 맞이를 했던 것 같은데 호주에서는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 손님 입장과 동시에 진열대를 채우기 시작해 필요한 것을 다 구매하지 못했다. 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촉 받지 않아서 좋을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는 조금 어리둥절 한 상황이었다. 11시 오픈이면 11시 전에 다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문화의 차이이겠거니, 생각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파티는 결국 안 갔다. 안 가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왜 그렇게 편한지. 지구 종말을 앞둔 마지막 파티도 아니니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가면 되지. 물론 그 때도 가고 싶어 할지는 미지수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책만 읽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억지로 밖에 나갈 이유가 없다. 

 

아, 비스킷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집 앞 마트에 가서 사 왔는데 벌써 한통 다 먹을 기세다. 왜 이렇게 자제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이랬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 때도 간식 자주 먹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자제를 못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6월 3일(월)

집 밖으로 한 발자국..은 나갔다. 쓰레기 버리러. 사실상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책만 주구장창 읽었다. 쉬는 날 일상이 굉장히 단조로워진 느낌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바다든 동산이든 어디든 나갔다가 왔는데, 날씨가 안 좋으니 나가기도 싫고 산책도 어렵다. 겨울에는 집에서 보낼 시간이 많아질 것만 같다.

 

전에 일하던 카페에서는 남는 머핀, 샌드위치를 싸 갈 수 있어서 쉬는 날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곤 했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으니 쉬는 날에도 두 번의 식사를 차려야 한다. (아침은 늘 간단하게 먹기 때문에 패스) 귀찮은 건 없지만 쌀 소비가 많이 늘어 밥을 3일에 한 번 꼴로 하게 됐다. 매일 어떤 메뉴로 식사 준비를 할지도 고민이라 요리 유튜브를 다양하게 구독하면서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요리 하는 거 좋아해서 다행이다. 설거지는 싫지만 남편과 식기세척기가 대신 해주니 내가 할 일은 그저 맛있게 요리하는 것 뿐. 

 

아, 내일은 미들이라 아침 일찍 출근 안 해도 돼서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출근시간이랑 겹쳐서 운전하기 힘들 것 같은데 마침 남편이 바래다준다고 하니 마다하지 않고 차 얻어타야지.

 

6월 4일(화)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에 오픈 하는 방법 배운 후로 처음 오픈하는 날이었다. 매니저가 오픈 같이 하기로 되어 있지만 나는 10분 전에 도착해 오픈 준비를 시작해 일찍 마쳤다. 그라인더 세팅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세팅을 마쳤고 주방 직원들과 FOH직원, 보스에게 커피를 대접했더니 다행히 맛이 좋다고 했다. 휴, 한시름 놓았다.

 

8시 전 까지는 잡담 할 시간이 있을 정도로 여유로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해 약간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게 일상인 듯 매니저와 FOH직원들은 그 속은 모르겠지만 겉 모습은 담담해보였다. 카페는 하루에 13kg정도의 커피를 사용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카페는 이렇게 바쁘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과연 내가 이런 곳에서 얼마나 일 할 수 있을지, 순간 걱정됐다. 업무 강도가 생각보다 높은 걸?

 

내일까진 오픈만 하고 목요일부터는 마감을 하게 됐다. 마감 하던 직원이 수요일을 마지막으로 그만 두기 때문에 만난 김에 이것 저것 마감 듀티에 대해 물어봤더니 말로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힘들고 직접 보면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목요일에는 매니저 밖에 없고 심지어 오후 두 시면 끝나길래 나는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매니저가 늦게까지 남아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 다행이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일찍 끝나니까 오후 시간 잘 즐겨야지. 하루하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금방 간다.

 

6월 5일(수)

어제와 동일한 느낌의 하루였다. 오픈 준비 마치고, 다른 직원들을 위한 커피를 만들고, 몰아치는 손님들 주문을 처리했다.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났을까, 오늘을 마지막으로 퇴사하는 마감 담당 직원이 왔고 서로를 알아가기에는 짧았던 시간을 아쉬워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직원 퇴사하기 전에 마감하는 법 배우고 싶었는데, 내일 매니저가 해준다니까 뭐..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봉사활동에서 돌아온 남편과 함께 장을 보고 왔다. 오전에만 일 하니까 이렇게 좋은 것을!

 

내일은 오픈부터 마감까지 장장 10시간이 넘게 일 하게 됐다. 보스가 굉장히 미안해하고 내가 괜찮을지 걱정했는데, 나는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돈 받을 거니까..? 아, 새로운 카페는 매주 급여를 지급한다고 한다. 2주에 한 번 급여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매주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동기부여가 더 되는 느낌이다. 한 번에 많은 금액이 통장에 찍힐 일은 없겠지만, 매주 돈이 입금 된다면 마르지 않는 샘물의 느낌이지 않을까?

 

내일 정말 힘든 하루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잘 먹고 잘 자려고 한다. 긴 하루 잘 버텨봐야지.

 

6월 6일(목)

한국은 현충일이라 쉬겠구나. 출근하지 않는다는 친구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오늘 유독 바쁜 날이라서 오전 내내 너무 힘들었던데다, 마감까지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감은 예상한 대로 청소가 전부였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집에 빨리 갈 수도 늦게 갈 수도 있었다. 매니저가 끝까지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30분 정도 남기고 애기 픽업하러 가야 된다고 하길래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늦게 끝날 거 하나하나 천천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빠뜨린 거 없는지 꼼꼼히 체크했지만 처음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라는 자기 위로를 하며 퇴근했다.

 

퇴근길에는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통에 길이 많이 밀렸다. 20분이면 돌아갈 거리를 두 배의 시간이 걸려 도착했을 정도니, 어느 정도였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길이 밀리지 않을 때는 꽤 단순한 길로 출퇴근 할 수 있는데, 길이 밀리니까 골목골목 길을 돌아가게 해서 운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보통 때라면 네이게이션의 추천을 무시하고 큰 길로 갔겠지만, 교통정체가 너무 심해 운전하기 번거롭더라도 네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랐다. 그 덕분에 더 늦을 게 제 시간에 도착한 것 같기도 하고..

 

집에 도착해서는 밥 할 기운도 없었지만, 안 그래도 내가 힘들까봐 걱정이 많았던 남편을 더 걱정시키긴 싫어서 없는 기운을 짜내 저녁을 해 먹었다. 내일은 오픈 안 하니까 오늘 푹 자야지. 조금이라도 푹 쉬면서 바닥 난 체력을 회복하자.

728x90

'호주 Austral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48주차(6/14~6/20)  (0) 2024.06.23
호주 47 주차(6/7~6/13)  (1) 2024.06.18
호주 45 주차(5/24~5/30)  (1) 2024.06.02
호주 44 주차(5/17~5/23)  (1) 2024.05.26
호주 43 주차(5/10~5/16)  (1) 2024.05.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