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금)
어제의 피로 때문이었을까, 베개에 머리 대고 불 끄자마자 잠들었다. 어제 마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던 건지 꿈에서도 마감하고 있었다. 푹 잤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아 몸이 무거웠다. 오픈이 아니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음에 감사하며 출근했더니 또 다른 위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몸살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아 휴무인 직원을 급하게 호출해야만 했다. 직원이 호출에 응했기에 망정이지 아무도 근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으로도 눈 앞이 캄캄해진다.
오늘도 어제 못지 않게 바빴지만 오후에는 커피 손님이 거의 없어서 FOH직원들의 일을 많이 도왔다. 바쁘지 않은 틈을 타 마감 청소도 슬슬 시작했고, 나만의 마감 루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구상을 해 보았다. 마감하느라 오버 타임 한 부분은 돈을 주니까 조금 늦어져도 상관 없지만,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돈 받는 기쁨보다 더 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는 방식을 찾으려고 한다.
남편이 데리러 와서 집에 가는 길에 저녁으로 뭘 먹을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의 당찬 계획은 겨우 한 봉지 남은 라면과 함께 실행 불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라면 두 개는 남은 줄 알았는데, 심지어 밥도 안 해놔서 밥도 없고! 밥이라도 있었다면 밥 말아먹으면 되는데.. 그럼 오랜만에 햄버거 배달 시켜 먹자며 우버이츠를 설치했는데 배달료, 서비스 비용에 배달원에게 팁까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학을 떼고 집 앞 마트에 가서 즉석식품을 사 먹기로 했다. 이것저것 사서 계산대에 가니 직원이 오늘 하루 힘들었냐며, 말을 걸어왔다. 요리 할 기운도 없이 힘들다고 하니 그래 보인다고.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고 있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 푹 쉬어야지.
6월 8일(토)
벌써 6월도 한 주가 끝났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한다. 늦잠 자고 남편 학교에 가서 남편은 시험 공부를, 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자주 가는 한인 마트에 가서 김치를 사려고 했는데 우리가 늘 사먹던 김치가 더 이상 안 들어오는 건지 매대에서 찾을 수 없어 다른 김치를 구매했다. 아, 지난 번에 샀던 다른 김치랑은 또 다른 김치다. 이번에는 제발 맛있기를. 점심을 애매한 시간에 먹어 저녁은 생략하려고 했는데 8시쯤 되니 남편도 나도 허기가 져 어제 사 놓은 냉동피자를 데워먹었다.
최근에 새로운 만화 하나를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완결까지 몇 화 남겨놓지 않고 있다. 이 나이 먹고 만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은 몰랐는데.. 스스로 결혼한 지 5년 된 성인 여자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일도 할 일은 없고.. 오늘처럼 만화 보고 잠도 많이 자고 푹 쉬어야지.
6월 9일(일)
일요일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남편이 봉사활동 가 있는 동안 책 읽고 핸드폰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청소하면서 세차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했다. 어차피 비가 계속 오는 날씨라 말짱 도루묵이 될 까봐. 다음 주에는 비 예보가 적으니 3주 만에 세차를 해 볼까.
내일은 조금 늦게 일어나도 돼서 다행이다. 잠을 자도자도 부족한 느낌인데 운동을 안 해서 더 피곤한 건가. 이직하고 운동을 거의 못 했으니 3주 가량 쉰 셈이 되었다. 근육 다 빠지겠네.
6월 10일(월)
아침에 도착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마감까지 무사히 마쳤다. 매니저가 오픈, 내가 마감 할 때는 매니저가 퇴근 전 까지 마감 듀티 몇 가지 도와줘서 마감하기 수월했는데 오늘 오픈한 직원은 그렇지 않아서 마감 듀티는 모두 내 몫이었다. 내가 마감듀티 배울 때는 분명 오픈하는 사람이 몇 가지 마감 듀티 도와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말이지.. 그래도 마감 몇 번 했다고 속도가 붙었고, 특정 시간이 지나면 가게가 한가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니 나만의 마감 루틴을 다 짤 수 있겠다.
여전히 퇴근 시간 차 막힘은 적응되지 않는다. 한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와 마찬가지일 정도로 하찮은 차 막힘이지만, 이전 카페에서 오후 3시에 마치고 퇴근할 때와는 도로 상황이 전혀 다르다. 브레이크 많이 밟는거 차에 안 좋은데 괜한 걱정이 된다.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로 마감이다. 똑같은 하루가 될 예정.
6월 11일(화)
커피 만들고 마감하고 집에 오니 오후 다섯시 반. 남편과 늦은 저녁을 먹고 조금 여유를 부렸다. 내일은 10시 30분까지 출근이라 알람을 꺼도 되고 늦게 잠 들어도 되기 때문에.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데 그 지점 마감을 해 본적이 없는데 또 새로 일을 배워야 한다니. 그래도 작은 테이크어웨이 지점이기 때문에 훨씬 수월 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 참, 새로 본다는 만화는 벌써 다 봤다. 애니매이션 1기 다 끝났으니 이제 할 일은 예정 된 극장판을 기다리는 것과 만화책을 보는 것이다. 요즘 애니매이션, 만화, 독서를 한 번씩 돌아가면서 주요 취미로 삼고 있다. 매번 똑같은 것만 하면 지루하니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6월 12일(수)
알람도 끈 상태에서 늦잠 자고 아침도 여유롭게 먹었다. 보통의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고 출근했기 때문에 길은 막히지 않았지만 주차장이 만차라 주차 자리를 찾는데 꽤 고생했다. 다음에도 이런 시간에 출근해야 한다면 조금 일찍 출발 해야겠다.
유난히 조용한 날이라 가만히 서서 시간을 보냈다. 예상대로 마감은 다른 지점에서의 마감보다 훨씬 수월했는데, 가게 문을 5시에 닫으니까 뒷정리 끝나고 나오니 5시 30분 쯤이었다. 퇴근 길은 또 어찌나 막히던지. 빨간불 대기 중에 혼자 노래 부르고 있는데 어디서 클락션을 빵빵 울리길래 옆을 보니, 오늘 같이 일 한 직원이 인사하고 있었다. 노래 부르던 모습을 들켰다는 게 너무 민망해 인사하고 파란 불로 바뀌자마자 속도 내서 자리를 피했다.
내일은 오픈이라 일찍 일어나는 대신 오후 1시면 시프트가 끝난다. 퇴근하고는 남편과 같이 장 보러 가기로 했다. 내일 이른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지.
6월 13일(목)
긴 휴가를 마친 다른 직원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딱 하루 같이 일 하고 약 2주 가량 못 만났다가 만나서 오늘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느낌이었다. 나야 따라가는 입장이니까 마냥 재미있고 좋았는데, 데리고 가는 입장에서는 내가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딜 가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이다. 인정 받는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면 삶이 피로해지는데.. 하지만 남에게 칭찬 받고 인정 받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사회에 폐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므로 끊기 쉽지 않다.
해 뜰 때 퇴근하는 게 얼마만인지. 막히지 않는 퇴근길을 따라 그대로 마트에 도착했다. 요즘 장을 이틀에 한 번 꼴로 봐서 식비 지출이 조금 늘은 것 같다. 일 주일 식단을 계획해서 장을 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을까,싶지만 가면 이것 저것 사게 되니까.. 그래도 먹고 살자고 일 하는 건데 먹는 데 돈 아끼지는 말자.
내일은 마감이다. 시프트가 오후 4시에 끝나는 걸로 되어있는데 가게는 4시 30분에 문을 닫는단 말이지. 내일 좀 일찍 끝나려나?
'호주 Austral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50 주차(6/28~7/4) (0) | 2024.07.07 |
---|---|
호주 48주차(6/14~6/20) (0) | 2024.06.23 |
호주 46 주차(5/31~6/6) (1) | 2024.06.09 |
호주 45 주차(5/24~5/30) (1) | 2024.06.02 |
호주 44 주차(5/17~5/23) (1) | 2024.05.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