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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ustralia

호주 45 주차(5/24~5/30)

by eugeenie 2024.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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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금)

두 번째 트라이얼. 그래도 어제 보다는 잠을 잘 잔 상태라 정신이 더 맑았다. 바쁜 와중에 통성명 할 새도 없이 바로 투입 돼 두 시간 반 동안 트라이얼을 했고, 어제와는 다르게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했다. 마음이 편안했던 것은 어제 트라이얼 했던 카페에서 이미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수도 했고 밀려 들어오는 손님 주문 처리하느라 바빴지만, 어제 바쁜 카페 경험을 한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두 시간 반의 트라이얼이 끝나고 매니저와 밖에 테이블에 앉아 시급, 일 할 수 있는 시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다른 카페에도 합격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교하고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주말 안에 연락을 주면 다음 주 월요일부터 바로 시프트를 주겠다는 말로 대화는 마무리 됐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데 매니저에게 함께 일 하게 된다면 원래 시작하는 시급보다 1불 더 높은 시급으로 계약하자는 메세지가 왔다. 나에게는 희소식인데 고민이 더 깊어졌다.

 

두 카페 어느 곳에서 일을 하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일요일부터 오늘까지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월요일과 화요일은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했지만 수요일에 이력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참 많은 일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났다. 다행인 것은 이력서를 넣은 두 곳에서 모두 좋은 인상을 남겨 나의 선택만 남았다는 것이다. 두 군데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있어서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어느 곳에도 피해를 주면 안 되니 내일 결정해 양측에 의사 전달을 해야겠다.

 

5월 25일(토)

김치가 다 떨어져 한인마트에 다녀왔는데 늘 먹던 김치가 없어 다른 김치를 사 왔다. 분명 한국 회사에서 만든 김치인데 제조국이 중국이라 의아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김치도 너무 익어있고, 맛도 조금 달라서 빨리 해치우기로 했다.

 

어제 트라이얼이 끝난 후로부터 오늘까지 머리 아프게 계속 고민했다. 가까운 대신 일 할 시간을 많이 못 받는 곳에서 일을 할지, 조금 멀지만 시간을 많이 주는 곳에서 일을 할지. 이전에 일 했던 카페가 조금 멀어서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서 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첫 트라이얼을 했던 곳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어제의 카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남편은 둘 중 한 곳에 가야한다고 결정했을 때 더 아쉬움이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어제 트라이얼 했던 카페에 가기로 결정했다.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Awesome이라는 반응과 함께 곧 보스까지 내게 문자를 보내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알려줬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30 시간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뭐 그리 급하게 일을 구했냐는 반응이지만 지난 월요일, 화요일에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더 힘들었다. 

 

이렇게 두 번째 구직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얼마나 오래 할 지 알 수는 없지만 근성으로 버텨봐야지.

 

5월 26일(일)

새로 일하게 된 카페는 매주 금요일에 다음 주 스케줄이 나온다. 내일부터의 스케줄이 이미 나와 있었지만 내가 일을 배울 수 있게 몇 군데 자리를 마련해줘서 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매니저는 첫 주라 시간이 조금 적고 다음 주 부터는 시간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첫 주에 시간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 할 것이다. 첫 주에 시간 적은 것에 딱히 불만 없는데 그 부분을 몇 번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내가 시간 적은 것에 불만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난 정말 아무 생각 없는데..

 

그래서 내일부터는 새로운 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전에 일 했던 카페보다 한 시간 가량 일찍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일찍 잘 것 같다. 지금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일찍 잠드는 편인데... 

 

5월 27일(월)

간신히 일어나 아침 대충 먹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남편이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학교 가는 길에 나를 가게에 내려줬다. 도착해서 인사하고 바로 일 하는데 정말 물 마실 시간도 없이 일 했다. 시간이 빨리 가서 좋긴 했는데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으니 조금 벅찬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체력적인 것은 시간이 해결 해 줄 것이다. 워낙 손님이 많아서 우유 스팀 해주는 기계가 있고 그 기계를 적절히 사용해야 손님들 주문을 밀리지 않고 처리 할 수 있는데 쉽지 않았다. 이것도 시간이 해결 해주겠지 뭐. 

 

일 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린 워홀러라 새삼 내 나이를 다시 체감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찾기 어렵다 요즘에는. 그 중 한 명이 곧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파티를 할 계획인데 나도 오라고 했다. 하... 오자마자 파티라니 벌써 부담스럽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대를 받았으니 가긴 가야하는데 정말 가기 싫다. 나는 가면 잘 놀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런 자리에 초대 받지 않는 게 나에게는 최고이기 때문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에서부터 벌써 기 빨린다.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파티장에서 서로를 알기 위해 통성명하고 상대방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질문하는 이런 과정이 이제는 힘들다. 어렸을 때는 기운이라도 넘쳤지, 지금은 기운도 없는데... 거기다 나는 상대방이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관심이 없는데, 파티에 가면 그런 질문을 하면서 친해져야하니 그 모든 과정이 정신, 체력적 노동이다. 일단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닥치면 다시 한 번 고민해보자.

 

오늘 원래는 오후 두 시까지였지만 오후에는 덜 바빠서 한 시 반쯤에 집에 가게 됐다. 일찍 가면 일찍 가는 만큼 시급을 덜 받지만 집에 일찍 가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버스 타고 40분 넘게 달려 집에 가는데 물병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아뿔싸. 내려서 다시 버스 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목요일에 출근하니까 목요일에 찾으면 되지 뭐. 아무튼 새로운 곳에서의 첫 출근은 나쁘지 않았다. 포스기의 경우에도 커피 메뉴는 알겠지만, 손님들이 함께 주문하는 샌드위치 메뉴는 이름도 그 위치도 생소해 찾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이것도 시간이 해결 해주겠지 뭐. 어떤 일이든 시간만 주어진다면 배우고 일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 하루 일 하고 이틀 쉬니까 좋다. 다시 주말이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남편도 학교 수업이 다 마무리 돼서 더 이상 학교에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틀 동안 집에서 푹 쉬어야지.

 

5월 28일(화)

어제 새로운 곳에서 일 했던 게 아무래도 몸에 피로를 주긴 했나보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여유롭게 아침 먹고 남편은 남편대로 공부하고 나는 나대로 책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호주는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돼 비가 많이 온다. 한 번 내릴 때 정말 매섭게 내리는데 웬만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건 우스운 수준이다. 작년 7월 말에 호주 도착했을 때 참 추웠는데 남편과 얇은 이불 한 장으로 버텼던 게 신기하다. 지금은 두꺼운 오리털 이불을 덮어도 춥다고 덜덜 떠는데 도대체 그 때는 무슨 깡이 있어 얇은 솜이불 한 장으로 겨울을 보냈던 걸까. 

 

비가 안 오는 틈을 타서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왔다. 지난 주에도 평일에 장 보러 다녀왔었는데, 그 때는 이력서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서 기가 죽어있었다. 돈은 못 버는데 돈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 썩 기분도 좋지 않았고, 남들 다 일 하는 시간에 나는 일자리도 없이 놀고 있다는 생각에 풀 죽어 있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어제 일 했으니 오늘과 내일 쉴 자격이 있고, 일을 하고 있으니 곧 돈도 벌고! 돈을 쓰고, 평일에 쉴 자격이 주어졌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장을 봤다. 

 

남편은 내일 오전에 2주 동안 쉬었던 봉사활동에 다녀와야 한다고 한다. 나는 내일도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그렇지만 다가올 목요일, 금요일에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해야 하니 남은 시간 푹 쉬면서 에너지 충전을 해 놓을 생각이다.

 

5월 29일(수)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몰아쳤다. 오늘은 오후에 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바로 집 주인 분이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계약이 약 두 달 뒤에 만료인데 계약 연장 여부와 렌트비 인상에 대해 말을 해주려고 방문하셨다고 했다. 렌트비 인상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고, 우리는 우리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먼저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아무래도 돈과 관련 된 부분이니 양쪽 모두가 불편할 수 있는 얘기라 우리도 말을 꺼내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렌트비 인상을 얘기하는 집주인 분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으셨던 모양이다. 시세가 시세이니만큼 어느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라 인상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놀라진 않았고, 두 가지 옵션을 주셔서 어떤 옵션을 선택 할지 이제부터 남편과 함께 상의해보려고 한다. 

 

호주 전역으로 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집 없는 서러움이 이런 거구나 느낀다. 한국은 아파트를 많이 짓기 때문에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다고 생각하는데, 호주는 정 반대이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경험하곤 한다. 원룸 렌트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렌트 지원을 한다거나, 값을 더 올려 마치 경매처럼 렌트 경쟁을 한다거나 등등.. 물론 한국도 경쟁이 심한 곳이 있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새삼 집 걱정 없이 살았던 한국 생활이 그리워졌다. 

 

일단 복잡한 생각은 며칠 뒤로 미루고 당장 내일부터의 일을 고민해보기로 한다. 

 

5월 30일(목)

늦을까봐 일찍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길에 차가 없어서 빨리 도착했다. 내일은 조금 늦게 출발해야지. 도착해서 오픈 준비하는 법 배우고 본격적으로 손님 맞이를 시작. 월요일에는 테이크아웃만 했다면 오늘은 가게에서 먹고 가는 손님도 많아서 더 정신 없었다. 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잘 갔으니 괜찮았다. 다행히 나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라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일 하면 오래 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에 매니저가 오더니 다음 주에 몇 시간 정도 일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 동안 나는 가게에서 주는 시간에 따라 일 해서 내 의견을 묻는다는 게 신기했다. 그건 너가 정하는 게 아니야?라고 물었더니 내 의견이 중요하다고 해서, 최대한 많이 달라고 했다. 누가 보면 워커 홀릭 인 줄 알 것 같다.

 

아, 한 가지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다. 월요일에 파티에 대해 언급했던 그 직원이 무려 초대장을 들고 왔다. 나 꼭 갈게,라고 말 하진 않았는데 초대장을 줄 정도면.... 가야겠지..? 머리 아프다 벌써. 심지어 파티가 이번 주 일요일이다. 처음 초대 받은 자리는 꼭 가자는 주의이고 지난 카페에서도 내가 일 한지 얼마 안 돼서 저녁 회식이 있어서 싫은 마음 꾹 참고 갔는데, 이번에는 단순 회식이 아니라 파티라 더 망설여진다. 듣자하니 음악 틀고 춤까지 출 계획인 것 같은데 난 정말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데.. 보인다. 딱 봐도 가서 앉아 있다가 술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다가 살짝 취해 소파에 앉아있다가 집에 일찍 갈 나의 모습이. 

 

고민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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