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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ustralia

호주 48주차(6/14~6/20)

by eugeenie 2024.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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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금)
친구 생일이라 생일 선물 뭐 갖고 싶냐니까 나와의 시간이라고 한다. 나이가 드니 다들 감성적으로 변하는구만. 벌써 모두와 못 만난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 정말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금요일은 다른 날에 비해 한가한 편이라 커피 쪽도 많이 바쁘지 않았다. FOH직원들 점심 시간 주문 받는 것 도와주고, 마감하고 평소와 같이 퇴근했다. 그리고 시프트가 4시까지 였던 것은 보스의 실수 인 것 같다고 시니어 직원이 이야기 해줬다. 다른 지점이 금요일에 30분 일찍 마감하는 것을 착각한 듯 하다고. 다음 주 시프트가 나왔는데 월,수,목,금요일 출근이다. 원래는 화요일도 출근이었는데 중간에 매니저가 수정한 듯하다. 시프트 많이 안 주면 다니는 의미가 없는데, 아직 한 달도 채 안 됐으니 시프트 걱정은 잠시 넣어두자.

호주의 겨울은 참 할 게 없다. 비도 오락가락 내려 야외활동 하기 쉽지 않은데다 눈도 안 오면서 춥기는 왜 그렇게 추운지. 내일 어디 갈지 아직도 못 정했는데 그냥 저냥 보내는 하루가 될 지도 모르겠다.

6월 15일(토)
남편이 하이킹 할 만한 데를 알아놨다길래 집에서 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 다녀왔다. 아주 오래 전에 철도로 쓰이던 길을 철로를 드러내고 산책 코스로 길에 만들어 놓았는데, 여태 다녀온 하이킹 코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호주는 산이 없어서 그런가 내 기준으로 나무가 울창한 곳을 찾기 쉽지 않은데, 오늘 방문한 코스는 제법 나무가 우거져 은은한 나무 냄새를 맡는 게 좋았다. 사람도 없고, 작은 마을에서 출발해 왕복 2km정도를 걸었는데 평화로운 분위기와 마침 맑은 하늘 덕에 햇빛까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던 나들이었다.

저녁으로는 부리또를 만들었는데 속재료가 너무 많았는지 죄다 터져버려서 또띠아와 속재료를 결국 따로 먹는 꼴이 됐다. 내 손재주가 부족한 탓 이기도 했겠지.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일은 날씨도 안 좋고 어차피 남편도 봉사활동 가야 해서 집에 있으려고 한다.

6월 16일(일)
3주만에 하는 세차. 비 온다고 새차 안 하면 안 되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먼지가 많았다. 비 맞는 건 비 맞는 거고 세차는 세차구나. 대청소 마치고 남편은 자리를 비웠다. 나는 책 읽고 낮잠 좀 자다가 저녁 시간을 맞이했고 감자 조림을 만들어 저녁으로 먹었는데 소주가 땡기는 맛이었다. 이틀 푹 쉬었더니 내일 다시 일 할 힘이 생긴 듯 하다. 내일만 일 하면 화요일 하루 쉬니까 하루 열심히 일 하고 와야지.

6월 17일(월)
가게에서 커피 먹고 가는 손님이 많아서 정말 바빴다. 테이크어웨이면 아무리 많아도 금방 해결되는데, 먹고 가는 손님들 거는 하나하나 스팀치고 라떼아트에 자리로 가져다주기까지 해야하니 10분 20분 지체되는 건 우습다. 평소와 같은 바쁨이었지만 그 때문인지 더 바쁘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가게에서 점심 먹을 때 시리얼을 먹는데 제한 된 식사시간 때문인지, 바쁜 가게 분위기 때문인지, 시리얼 그 자체의 문제인 건지 거의 마시듯이 먹고 있다. 빨리 먹는 거 건강에 안 좋은데.. 메뉴를 바꾸거나 의식해서 천천히 먹어야겠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으니 꾸밀 게 머리 밖에 없어서 머리를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는 중이다. 머리 길이가 어중간해서 제대로 안 묶이기도 한데 그래도 하나로 질끈 동여 메는 것 보단 작은 변화를 주는 게 재미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타고나기를 손재주가 없이 태어난 덕에 간단한 머리 묶음도 여러번 해야지 겨우 익숙해지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6월 18일(화)
쉬는 날이라 늦잠 자고 일어나 장 보고 하루를 편하게 보냈다. 오전에는 날씨가 좋더니 오후 되니 흐리고 비가 내려서 빨래를 하려다 말았다. 겨울에는 빨래가 말랐나 안 말랐다 확인하는 게 일이다. 여름엔 3시간이면 바짝 말라있어서 좋았는데.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고 내일도 미들,마감 포지션이라 늦잠 자도 된다. 푹 자고 체력 회복 해야지.

6월 19일(수)
늦게 출근하면 다 좋은데 주차 하는 게 쉽지 않다. 어찌저찌 겨우 주차하고 하루를 시작. 밥 먹고 싶은데 시간이 나지 않아 핫초코만 세 잔을 마셨더니 우유 때문에 그런가 오후부터 배가 아파왔다. 적당히 마실 걸. 여유롭게 마감도 하고, 평소보다 더 교통체증이 심한 퇴근길을 지나 겨우 집에 도착했다.

아, 그리고 오늘 또 파티에 초대받았다. 정말이지 파티 엄청 좋아하네. 한 명은 생일, 한 명은 자기 나라로 귀국한다고 다 같이 파티 한다고 하는데 가기 싫다. 친구한테 얘기했는데 자기도 금요일에 회식 잡혀서 그 날 아팠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쩜 나랑 생각하는 게 똑같은지. 그냥 내 성격인데 다른 사람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지 않다보니 새로운 사람과 사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화라는 게 서로 오고 가는 게 있어야 이어지는데 나는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게 없고, 그렇지만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 억지로 질문하고 물어보는데 그게 참 고역이다. 안 궁금한데 물어보고 들어야 되니까. 뭐 파티 참석은 일단 생각을 좀 해 보자.

6월 20일(목)
어제 내가 마감한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오늘 오픈 한 직원이 와서 이것저것 제대로 안 돼있었다고 얘기하고 갔다. 새벽에 잠을 못 자서 피곤한 상태인데다 마침 바쁜 와중에 찾아와서 주의 사항을 들으니 더 정신이 없었다. 설상 가상으로 컵 뚜껑이 제대로 안 닫치는 바람에 음료도 쏟고, 테이블 위에 우유 올려뒀다가 테이블 넘어져서 그릇도 하나 깼다. 총체적 난국의 연속.

같이 일 하는 직원이 몸이 안 좋아 마감을 부탁해 알겠다고 했으나, 나의 몸 상태 역시 말이 아닌 것 같아 최종 거절했다. 일 해서 돈 벌면 좋은데,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눈이 계속 감기는 게 이러다 사고 더 칠 것 같았다. 아, 오전에 나한테 주의를 줬던 직원은 갑자기 찾아오더니 아침에 있었던 자신의 무례함을 사과하고 갔다. 정당한 지적 사항이라 지적한 것 자체에는 상관이 없었으나, 남들 다 있는데서 지적한 부분에서 기분 나빴는데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본인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던 듯 하다. 대충 어떤 마음인지도 알 것 같고. 한 곳에서 오래 일 하다보면 나에게는 당연한 모든 것을 모르는 상대방에게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 그런 마음이었겠지. 어리고 열정적인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한 용기라고도 생각했다.

햇빛 쨍쨍할 때 집에 와 침대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내일은 조금 덜 피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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