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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ustralia

호주 51 주차(7/5~7/11)

by eugeenie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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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금)
수, 목요일과 달리 오늘은 오전에는 바쁘지 않은 지점에서, 오후를 바쁜 지점에서 보냈다.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는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아서 편하게 마감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 주 스케줄이 나왔는데 이번 주와 동일하게 나왔다. 부족하지 않지만 더 일 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달까. 다른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얼마든지 매니저와 보스에게 더 요구할 수 있으니, 다음 주에 한 번 말을 해 보라고 했다. 그래. 내가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더 많이 일하고 싶다 하면 자기들도 좋은거지! 용기 내서 다음 주에 이야기 해 봐야지. 남편은 힘들까봐 걱정하지만 집에서 노느니 하루라도 더 일 하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긴 한 주를 잘 견뎌낸 스스로가 너무 기특하다. 내일은 오랜만에 이케아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로 했다. 아침에 먹을 식빵이 없어서 이케아 간 김에 아침도 해결하려고 한다. 호주에 와서 아침을 밖에서 사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의 첫 아침 외식이 되겠다. 기대 된다.
 
7월 6일(토)
이케아에는 아침부터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모두 1인 1메뉴였지만 우리에게는 이 곳의 1인분이 다소 버거운지라 큰 메뉴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집에서는 늘 인스턴트 커피를 먹는데 이케아에 반자동 커피 머신이 있어서 오랜만에 한국 사무실에서 먹던 맛과 같은 커피를 마셨다. 화이트커피 메뉴도 되길래 우유 파우더 쓰는 줄 알았는데 실제 우유를 사용하길래 롱블랙 먹고 플랫 화이트까지,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다. 적당한 가격에 배 부르게 아침 식사를 해결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은 냄비와 식기건조대였는데 커틀러리 세트를 보는 순간, 집에 있는 싸구려 커틀러리가 떠올라 충동 구매를 했다. 집에 있던 커틀러리는 케이마트에서 구매해 약 1년 동안 사용했는데 마감이 매끄럽지 않아 손, 입에 닿는 감촉이 너무 별로였다. 그 감각에 익숙해 진 채로 쓰고 있었는데, 이케아에 있는 커틀러리를 보니 새 것으로 다 바꾸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케아를 다녀 온 후에는 마트에 가서 일 주일 치 장을 봤는데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종류별로 구매하니 남편이 어쩐 일로 고기를 이렇게 많이 사냐며 좋아했다. 이번 주에는 고기 파티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케아에서 새로 구매한 주방 용품들로 주방을 새 단장하고 점심으로 갖 구운 식빵을 먹었다. 마트에서 식빵을 사면 당일에 먹은 적이 없는데, 당일에 구운 식빵은 냄새도 그 부드러움도 하루 이틀 지나서 먹는 것 보다 배로 훌륭했다. 정신 없이 먹다 보니 식빵을 세 장이나 먹었네. 
 
저녁에 남편은 친구와 시간 맞춰 게임 하고, 나는 옆에서 게임 구경하다 책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 하루 돈을 많이 써서 그런가 기분이 괜히 좋았다. 비싼 돈을 쓴 것도 아니고 나만을 위한 물건을 산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쓰는 것 그 자체에서 나오는 기쁨이 꽤 큰가보다. 내일은 이 집에 이사 온지 약 1년을 맞이해 주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려고 한다.

7월 7일(일)
청소는 하고 세차는 안 했다. 다음 주 중에 비가 계속 온다고 하니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껴서. 부엌 후드를 보니 찌든 기름 때가 장사를 이뤄 행주 하나 버리는 셈 치고 열심히 닦았다. 겉 보기에는 깨끗한데 만지면 아직 미끌미끌 한 걸 보니 제대로 다 닦이지는 않은 것 같다. 나중에 집 비우고 이사 갈 때 매직스펀지로 완벽하게 마무리 해야지.

오후에는 책 읽고 남편이 봉사활동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저녁 같이 먹고 쉬었다. 내일은 5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 들어야 한다. 다음 날 이른 시간에 기상해야 할 때에는 늘 잠이 잘 안 온다. 부담을 느끼나 보다.

7월 8일(월)
이른 아침에 오픈하고 마감까지 했는데 새로운 직원과 호흡을 맞추는 게 조금 벅찼다. 그래도 마감까지 무사히 완료. 겨울이라 그런지 일 하다가 문득 밖을 쳐다보면 여우비가 내리곤 한다. 호주에서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겨울에 눈 구경을 할 수 없다. 눈 대신 비가 오는데 계절이 반대인 한국에서도 이맘 때 장마라 비가 많이 오니, 이게 무슨 우연인가 싶다.

내일은 데이오프라 맘 편하게 조금 늦게 잠들어도 된다. 알람도 꺼 놨으니 몸이 자고 싶은 만큼 늦게까지 자야지. 내일 할 일은 아직 못 정했는데 어디 놀러가지 않을까 싶다.

7월 9일(화)
생각보다 일찍 깼는데 남편은 아직 자고 있길래 어딜 놀러갈지 구글 맵을 살펴봤다. 자고 일어난 남편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코알라를 안아볼 수 있는 동물원에 가기로 즉흥적으로 결정! 남편과 나는 철저한 계획형이라 이런 즉흥 여행을 결심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가끔 이런 분위기도 괜찮지.

남편이 출발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챗지피티에게 동물원 입장료 할인 받는 법을 물어봤고, 우리가 해당되는 할인 방법이 있어서 바우처를 구매해 정가보다 싼 가격에 입장권을 구매했다. 즉흥적인 계획인데 누구보다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었다.

동물원에서는 일정 비용을 더 내면(약 3만원) 코알라를 안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 때 아니면 언제 안아보나 싶어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해 코알라 홀딩을 예약했다. 동물원은 크기가 큰 건 아니지만 시간 별로 사진 찍기, farm show 등이 기획되어 있어 그 액티비티만 하더라도 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가장 기대됐던 홀딩 코알라는 비교적 어린 코알라를 안아볼 수 있는 액티비티인데 자그마한 애기를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팔에 힘을 꽉 준 코알라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는 게 느껴지는데 정말 사랑스러웠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잊지 못 할 경험.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동물원을 나오고 차에 타자마자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세차 안 하기를 잘 했네. 점심을 집에 가서 먹을까 하다가 런치 바에 가서 수제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호주 식당에서 파는 1인분 식사는 한국에서의 1.5인분 같다. 햄버거만 먹었어도 됐을텐데 감자튀김까지 먹는 바람에 저녁은 생략하기로 했다. 가만 보니 남편과 현지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사 하는 게 처음인 것 같았다. 이 정도 돈을 한 식당에서 써본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처음이 맞을 것이다. 세상에나.

쉬는 날에는 체력 비축을 명목으로 항상 집에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외출해 좋은 경험을 했다. 내일 힘 내서 일 해야지.

7월 10일(수)
제 시간에 출근해 오픈 준비를 하려는데 매니저가 다른 지점에 빨리 가 달라고 전화가 왔다. 다른 지점은 30분 먼저 오픈하는데 오픈 담당 직원이 늦잠을 자서 늦게 온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달려갔는데 오픈까지 5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커피 세팅하는데는 최소 10분은 걸리기 때문에 무조건 손님들이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밖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6시에 문을 여니 단 두명의 손님만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니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였고 천천히 세팅을 맞췄다. 기계가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다행히 금방 세팅을 끝냈고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20분 쯤 지났을까 늦잠 잔 직원이 도착해 나는 원래 지점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다소 정신 없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오후 시간은 여유롭게 보낸 후에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침에 차 문을 잠그는데 평소와 달리 잠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내가 못들었겠거니,생각하고 넘어갔는데 키 배터리가 다 된 듯 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수동으로 차 문을 열 수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차 키를 꽂을 수 있는 구멍이 안 보이는 거다. 손잡이 커버를 열면 분명 있을텐데 도대체 그 커버를 어떻게 여는건지 아무리 해봐도 커버가 벗겨지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는데 순간 키가 작동해 이 때다 싶어 후다닥 차에 탔다. 내일은 남편 키를 가지고 가야지.

7월 11일(목)
다행히 어제 아침과 같은 해프닝은 없었는데 내가 지각 할 뻔했다. 남편이 내 알람을 끄고 그대로 둘 다 30분을 더 잠든 거다. 그러다 남편이 갑자기 눈을 떴고 시간을 확인하니 보통 내가 출발하는 시간 15분 전이었다. 지금 5시 15분이야,는 남편의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맑아지고 옷 갈아입고 내려갈테니 내가 먹을 식빵 하나만 데워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하고, 순식간에 출근 준비를 마쳤다. 세상에, 내가 오늘 늦잠의 주인공이 될 뻔했네.

내 차키는 남편이 오늘 새 건전지를 사 온다고 해서 남편 차 키를 갖고 무사히 출근. 오늘 오전에는 정말 한가했는데 10시 부터 한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일 했을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를 않았다. 시간은 잘 가는구만.

아, 출근해서 주차할 때 멀리 가기 싫어서 visitor parking에 차를 댔는데 스태프는 무조건 staff parking에 주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 멀어서 가기 싫은데 잘못하면 밴 당한다고하니 조금 더 걷는 셈 치고 지정구역에 주차해야겠다.

희한하게 오후에 손님이 끊임없이 와서 마감 듀티를 할 수가 없었다. 하나 하고 있으면 누가 오고, 또 하면 누가 오고. 손님은 많든 적든 힘들다.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꾸준히 오면 꾸준히 오는대로 힘들다. 긴 하루였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 했다. 내일 하루만 일 하면 되니까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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