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금)
오늘은 오픈은 아니고 세컨 바리스타라 6시 30분까지 여유롭게 출근하는 날이었다. 스태프 파킹에 주차하고 천천히 가게로 걸어가는데 보스에게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6시 30분에 오픈하는 지점에 아직 바리스타가 오지 않았다고 대신 오픈해달라는 전화였다. 수요일과 같은 상황인데 지점만 바뀐 것이다. 알겠다고 부랴부랴 달려가 도착하니 시건은 6시 27분. 5~10분 안에 세팅 맞출테니 손님들한테 말 좀 잘 해달라고 FOH직원에게 부탁하고 앞치마도 입지 못 한채로 빠르게 커피 세팅을 시작했다. 눈앞에 쌓여가는 컵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지만 기계는 급할 게 없으니 어차피 일정 시간 걸릴 거 마음을 좀 여유롭게 가지자고 생각했다. 손님들이 다행히 참을성 있게 기다렸고, 그리 오래걸리지 않아 준비를 마쳤다. 한 차례의 러시를 끝내고 나니 집에서 부리나케 달려온 다른 바리스타가 막 도착했고, 바로 교대해 나는 원래 출근 지점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일 한지 한 달 좀 넘었는데 정말 잊지 못 할 또 다른 아침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후에 정말 바빴는데, 커피 주문 들어오면 울고 싶을 정도로 바빴다. 거의 오열. 보통 같으면 늦어도 2시 부터 마감 준비를 시작하는데 3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짬이 났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아침을 두 번이나 보낸 한 주가 끝.
저녁으로는 오랜만에 연어를 구워먹었다. 이케아에서 연어 필렛을 싸게 팔아서 지난 주에 사 왔는데, 버터에 구워 간장 소스에 졸여먹으니 맛있었다. 연어는 생으로 먹어도, 조리 해 먹어도 맛있구나. 내일은 별거는 없고 커피 한 잔이나 하러 시내에 다녀올까 한다. 일요일 낮에는 전 카페에서 같이 일 했던 직원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바쁜 주말이 될 것 만 같다.
7월 13일(토)
호주에 있는 몇 식품 브랜드에서 무료 쿠폰을 받았다. 시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무료 커피 한 잔 마시고, 유니클로에서 겨울 외투 하나 구매했다. 한국에서 입던 롱패딩은 안 갖고 오고 코트만 들고 왔는데 호주 겨울이 제법 쌀쌀해 코트 말고 두툼한 외투가 필요하다. 세일하는 점퍼 하나 구매해 텍도 안 떼고 바로 입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 봤는데 생각보다 무거워 버스를 탔다. 날씨가 좋아 걸어서 집에 오려고 했는데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리려고 하길래 겸사겸사. 저녁 맛있게 해 먹었고 책 읽다 자야지.
7월 14일(일)
드디어 반 년만에 친구랑 재회했다. 나의 이직과 각자의 상황으로 만나지 못 했는데 서로 좋은 소식을 가지고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나의 좋은 소식이라 함은 당연 이직 일 것이고, 친구의 좋은 소식은 비자 갱신 성공이다. 최근 호주에서 학생비자 거절률이 상당히 높다보니 친구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본국으로 돌아가기 싫은데 비자가 거절 된다면 돌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결과가 비자 승인이라 다행이다.
우리는 오늘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는데 한국식 카페라 나에게는 친숙한 케이크가 많았다. 오후에 커피 마시면 잠을 못 자니까 따뜻한 티 한 잔으로 추운 몸을 데우고 맛있는 조각케이크까지 먹으니 정말 한국 카페에 온 듯 했다. 시내에는 차를 갖고 나오기가 어렵다보니 자주 발걸음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놀 것, 먹을 것이 참 많았다. 나중에 날씨 좋을 때 남편과도 와 봐야지.
길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반 년동안의 회포를 풀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퇴사한 이후에 가게는 잘 돌아가는지 궁금했는데 궁금증도 해결됐고. 자주 만나면 자주 만나는 대로 좋겠지만 여러 에피소드가 쌓이려면 텀을 두고 만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6개월까진 아니고 2, 3개월 뒤면 좋으려나. 그 때는 내 비자 승인이라는 좋은 소식을 갖고 만나면 되겠다.
7월 15일(월)
오전 5시 30분까지 출근하는 건 뭔가 다르다. 6시 출근과 고작 30분 차이이지만 더 힘들달까. 오늘 아침에는 가게 불을 켜기 싫어서 어둠 속에서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15분 늦게 출근하는 FOH직원이 내가 안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창 밖에 보이는 당황한 그녀의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오후에는 다른 지점에 가서 일 했는데 내일 마감을 대신 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OFF이지만 돈 받고 일 하는 건데 못 할 거 없지! 거기다 나는 일을 더 하고 싶은 입장이니 바로 승낙했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어차피 학교에 가야 하니 상관없다고 한다. 내일은 출근, 퇴근 모두 남편이 도와 줄 예정. 운전 안 해도 되니까 좋다.
11시까지만 출근하면 되니까 알람은 꾸고 푹 자보자.
7월 16일(화)
11시 쯤 출근 할 일이 생긴다면 절대 차는 갖고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본 주차장은 이미 만차로 주차장을 계속 배회하는 차들만 수십대였다.
카페에 도착해서는 바쁘게 일 했다. 요즘들어 늦은 오후 시간에 커피 찾는 손님이 늘었다. 전에는(그래봤자 한 달 전 이긴 하지만) 오후 2시만 돼도 한가했는데 이젠 3시가 넘어서도 엄청 바쁘다. 마감을 제 때 할 수 없을 지경.
잠깐이었지만 오늘도 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에게 매주 화요일에 off를 주는데 남편이 학교에 가는 날이라 집에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일 하는 게 훨씬 낫다. 돈도 벌고, 시간도 잘 가고.
내일도 하루 힘차게 살아보자.
7월 17일(수)
오늘이 제헌절이라는 걸 네이버 어플 켜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땐 제헌절도 공휴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아무튼, 한국은 제헌절이고 호주는 아무 날도 아니라서 나는 오늘도 일을 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오후도 만만치 않게 바빠 마감하는 데만 30분 이상 걸렸다. 심지어 오후에 일 했던 지점은 조금 덜 바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마지막까지 끊이지를 않았다. 이 지점에서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분명 뭔가 달라졌다. 마감 즈음에는 다른 직원이 퇴근 길에 잠깐 들러 커피 만드는 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커피 배우고 싶어하는데 워낙 바쁘다보니 그런 걸 알려 줄 틈이 없다. 조금 한가할 때는 마감 즈음이라 청소가 다 되어있어서 뭘 할 수도 없고. 언젠가는 기회가 되겠지.
평소였으면 힘들다는 생각도 안 했겠지만 오늘은 확실히 힘들었다. 내일은 바빠도 좋으니 마감 전에만 손님이 덜 왔으면 좋겠다.
7월 18일(목)
아침에 갑자기 30잔 커피 단체 주문이 들어와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매니저가 자기가 대신 할테니 다른 지점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거기 마감해야 되니까 나야 상관 없지. 오히려 땡큐다. 신나서 가방 챙겨 다른 지점으로 가서 편한 분위기를 즐겼다. 이거 오늘 좀 덜 바쁘려나, 했는데 예상대로 어제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매니저가 일요일에 일 할 수 있냐고 해서 순간 망설였지만, 공휴일은 시급이 더 높다는 것을 생각했다. 어차피 일요일에 남편도 봉사활동 가느라 집에 없으니까 안 될 거 없지. 혼자 있느니 일 하고 돈 버는 게 낫다. 원래 일 하는 직원이 off신청을 해서 대신 할 사람이 필요한데 나한테 먼저 물어본 듯 했다. 이번 주는 화요일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 off를 대신 커버하네. 지난 주는 지각 한 직원들 커버했는데.
유달리 막힌 도로를 뚫고 겨우 퇴근 해 남편과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요즘 남편은 오렌지 제외, 저녁 식사 후 간식 먹지 않기에 돌입했다. 식후에 자꾸 단 음식 먹으니 여드름이 잦아들지를 않는다고.
내일만 일 하면 쉰다! 토요일 하루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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