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휘낭시에
오늘은 오전에 잠시 쇼핑 다녀온 것 말고는 하는 일 없이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점심으로 피자를 한 껏 먹은 뒤 남편은 두둑한 배에 손을 얹고 낮잠을 잤고, 나는 그저 유튜브 파도타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오후에 커피 한 잔 못 한 게 못내 아쉬웠는지 아메리카노에 디저트 한 입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다고 더운 날씨에 햇빛을 온 몸으로 맞으며 나가고 싶지 않았고, 기껏 찾아간 디저트가게에 내 입맛에 딱 맞는 디저트가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긴 고민 끝에 먹고 싶은 디저트를 직접 만들기로 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실로 오랜만에 만드는 디저트인데, 여름 무더위 앞에 장사 없다고 더위로 축축 처지는 몸으로 오븐 열기를 견디고 싶지 않아서 베이킹을 꽤 오래 멀리했다.
날씨도 선선해졌으니 다시 베이킹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오늘이 마침 기회였던 것이다.
오늘 내가 유독 먹고 싶었던 디저트는 휘낭시에였다.
휘낭시에는 이전에도 한 번 만들어서 회사 사람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휘낭시에 틀이 없어서 머핀 틀에 반죽을 구웠다.
이번에도 역시 휘낭시에 틀은 없지만 회사 동료분이 주신 작은 머핀틀(?) 같은 게 있어서 한 입에 쏙 들어오는 미니 휘낭시에를 구우면 딱 맞겠다 싶었다.
휘낭시에 공정은 생각보다 간단한다.
설탕, 버터, 계란흰자를 1대 1대 1 비율로 맞추고 가루(박력분, 아몬드가루) 넣고 섞으면 된다.
박력분과 아몬드가루는 4대 6 비율로 아몬드가루를 더 많이 넣었다.
섞은 반죽을 바로 구워도 되지만 나는 냉장고에 한 시간 휴지 해 두었다.
버터를 얼마만큼 태우는지, 태우고 난 버터를 일정 온도까지 잘 식히는지가 휘낭시에의 깊은 맛을 내는 중요한 요소지만 우리 식구(라고 해봤자 남편과 나 둘 뿐)끼리 먹는 거기 때문에 온도계 없이 그저 모든 것을 감으로 만들었다.
이번 휘낭시에 만드는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은 바로 굽기였는데, 내가 사용하는 렌지오븐이 베이킹 전용 오븐이 아니기 때문에 열이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
왼쪽이 열이 좀 더 세서 왼쪽만 시커멓게 색이 잘 나오길래 이번에는 중간에 좌우 위치를 바꿔주었다.
조명, 그림자 때문에 그런가 휘낭시에 색감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은데, 손으로 들고 있는 사진이 가장 실물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하나도 빠짐없이 잘 그을렀고(?) 윗 면은 쫀득함과 약간의 바삭함을 겸비한 식감이다.
여러 가게에서 휘낭시에를 먹어보니 굽기는 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른 것 같았다.
색이 진한 휘낭시에도 있고, 연한 휘낭시에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진하게 구워서 겉이 쫀득한 식감을 좋아한다.
지난 번에는 굽기가 좀 덜 됐는지 색도 연하고 쫀득함도 덜 했는데 이번에는 굽는 시간, 온도가 적당했는지 원하는 대로 잘 나와서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한 베이킹이 나름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서 굉장히 기쁘다.
요근래 마땅히 성취감을 느낄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을 동시에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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