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육아휴직 관련 된 내 일기에서 등장한 내 전임자 겸 선임(?)과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관계가 조금씩 틀어졌다. 일련의 사건들로 사실 내가 그에게서 완전히 선을 그어버렸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거다.
1.
계약을 연장하게 되면서 인사팀에 계약기간이 앞으로 정년까지 연장되었으니 이를 사내 시스템에 반영해 달라 요청하는공문을 보냈다. 공문을 보낸지 사흘이 지나도 가타부타 이야기가 없기래, 담당자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니 확인해달라는 메일을 보내는 게 어떨까 싶었다. 혹시 잘못 된 부분이 있다면 수정을 해야하니까.
작년까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했을 때 그가 이런 행정처리(인사팀에 공문 보내기)를 깜빡하고 하지 않아서 며칠 동안 퇴사자 처리가 된 덕에 업무 수행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보니, 이번에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담당자에게 확답을 받고 싶은 게 내 입장이었다.
내가 내 맘대로 보내는 것 보다는 어쨌든 내 선임의 의견을 묻고 실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공문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니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고자 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고 물으니 그는 대뜸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런 연락을 왜 하냐부터 시작해, 나는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로 끝났다.
업무 담당자에게 확인 요청을 하는 게 그렇게 잘못 된 일인가? 굉장히 의아했던 나는 작년 이야기를 꺼냈다.
이건 나와 관련 된 일이다. 작년에 행정처리를 누락한 덕분에 내가 며칠 동안 불편함을 감수해야했고, 나는 이번에 그런 불편함을 원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그게 왜 네 일이냐는 말이 돌아왔다. 우리 팀과 인사팀의 일이지 않냐. 그건 네 일이 아니다.
아니 이게 내 일이 아니면 뭔데요?? 나의 계약 연장과 그로 인한 행정처리가 내 일이 아니면 당신 일인가?
정말 너무 벙쪘지만 어차피 내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그에게 더 말을 해 봤자 소모적인 논쟁만 하는 꼴이고, 사무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 눈도 있어서 대화를 중단했다.
그래 회사 생태를 잘 아는 당신 말대로 사흘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지만 알아서 해 주겠지라고 넘어가고 맞이한 다음 주 월요일.
결국 작년과 동일하게 퇴사 처리가 되어버려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고 그에게 가서
저 작년처럼 퇴사처리 됐는데요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아~ 아직 문서 접수도 안 됐구나 라고 천하태평한 그의 모습을 보니 실시간으로 오르는 혈압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그가 나의 선임으로서 인사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게 됐는데, 나는 당장 업무를 보아야하니 메일 말고 전화 해 주기를 부탁했다. 당장 바쁜 일이 코 앞인데 시스템 접속이 아예 막혀있으니 오죽 답답했겠는가.
전화를 부탁하자 그는 메일 전송하기 버튼을 누르고 이러면 그 쪽 담당자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상황은 거기서 종료됐다.
결국 출근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직원 등록 행정처리가 완료되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던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었고 그 불편함은 오로지 내가 감수해야만 했다.
정말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나에게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면 안 되는 이유.
그것이 정말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해도 나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공문을 보낸지 사흘이 다 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왜 잘못된 행동인지 그도 회사의 그 누구도 나에게 지금까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왜 내가 담당자에게 확인 메일을 보내는 것을 그렇게 꺼려했을까.
2.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구성원을 대상으로 안내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 지난 주 금요일에는 메일을, 오늘 아침에는 문자를 발송했다.
메일과 문자 양식은 작년 상반기부터 쓰던 양식을 그대로 썼는데 그 양식은 그와 내가 의견 나누면서 다듬고 사용하던 양식으로, 매 년 날짜만 수정하면서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도 날짜만 수정한 내용을 그대로 문자 발송을 하고 두 시간 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문자 보냈어? 어떻게 보냈어? 라고 묻는거다.
늘 보내던 대로 보냈는데요, 라고 말하자 나무람이 시작됐다.
그렇게 보내면 어떡하냐. 나눠서 보냈어야지.
아침부터 동동대며 문자 보내느라 정신없었던 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지난 상반기에 쓰던 거 그대로 날짜만 바꿔서 썼어요. 지난 상반기랑 동일하게 보낸 건데 무슨 문제 있나요. 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왜 그렇게 보냈냐며 나는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사람들한테 안내한 적 없어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거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지금도 웃음이 나오고 화도 나는데
나에게 구성원에게 언제, 어떻게 안내해야하는지, 안내문 내용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인수인계 해준 건 바로 본인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건가 싶었다.
그 무엇보다 나를 더 화나게 만들었던 것은 자신은 그런 적 없다며 거짓말을 하고 정말 그것이 사실인 양 우기는 그의 모습 이었다.
나에게 그 일을 인수인계 해준 건 바로 그다. 내가 오늘 발송한 안내문은 내 멋대로 만든 양식이 아니라 그의 컨펌을 받았던 양식이고 그 역시 작년 상반기부터 그 양식을 사용해 오고 있었다.
다른 것 보다 뻔뻔하게 우기는 말투, 표정 등이 너무 보기 싫어서 그대로 한숨 쉬며 자리로 돌아왔다.
하필 점심 식사 이전이라 점심 먹는 내내 체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3.
육아휴직과 관련된 그의 망언은 지난 일기에서 구구절절 썼으니 여기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 걸로...
4.
계약 연장을 하면서 급여가 올랐다.
급여일자에 그가 나를 보며 하는 말. 이제 좀 살만 하겠네?
농담이라고 한 말이라면 안타깝게도 나는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전혀 살만하지 않으니까. 나보다 3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 그가 내 급여를 보고 이제 좀 살만 하겠네라니.
당신 급여를 내가 받으면 살만 하겠지.
5.
해가 쨍쨍하던 어느 더운 여름날, 업무 차 은행에 가야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가 나 대신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운동할 겸 이따 오후에 내가 갈 생각이었는데 그가 가겠다고하니 그럼 그러시라고 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 먹고 밖에 나가서 점심시간 끝날 때 까지 산책할 거라고 하니 산책하러 가는 김에 나보고 은행을 들리면 되겠네란다.
그가 안 가겠다고 하면 내가 얼마든지 은행에 갈 생각이었는데 굳이 점심시간에 업무를 보러 은행에 가라고?
아휴 저 지금 쉬는시간이에요. 라고 얘기하자 다른 직원이 맞아요 라고 맞장구를 쳤다.
6.
나는 오래 전 갑상선 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작년 2월이었나,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고 나서 관련 얘기가 나와 이전에 갑상선질환을 앓았던 적이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었다고 말하니
좋았겠네. 항진증은 살 안 찌잖아.
이제 와 당신이 나에게 저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물으면 분명 기억 못 한다고 하겠지. 원래 말을 내뱉는 사람은 기억을 못 하니까.
요즘은 그와 업무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괜히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다가 심장이 열을 받아 울컥댈까봐.
아빠 뻘의 그에게 말대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십년 간 그가 회사에서 다져온 입지에 감히 내가 도전할 수도 없는 거다.
참는다.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다. 그저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아니면 나 혼자 풀 뿐.
어딘가에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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