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하루 종일 꼬인 날.
아침 일찍 결재 받고 은행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팀장님이 한참 바쁘셔서 결재를 못 받았다.
잠시 숨 고르시는 것 같길래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결재 받고 은행 다녀오려고 했더니
아침에 회의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다가 부랴부랴 회의에 참석해 은행은 아주 늦게서야 갈 수 있었다.
겨우 갔더니 사람이 많은데 나는 점심 회식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고 결국 어렵게 도착한 은행에서 돌아 나와야했다.
이렇게 오전 내내 발 동동 굴리면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내 업무는 하지 못한 와중에
다음 회의 일정을 잡으라는 말에 타 부서 사람들과 일정 조율하느라 메일보내랴 전화하랴 바빴고,
재무팀에 보내야 할 서류를 착각해 회계팀으로 보냈다는 걸 일주일이 넘어서야 깨닫고 부랴부랴 다시 결재를 올렸다.
겨우 한 숨 돌리나 했더니 주말+공휴일+오전에 다른 일 하느라 보낸 시간 동안 처리하지 못한 업무들이 쌓여있어 그걸 다 처리하다보니 5시가 30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이제 진짜 괜찮은가보다 했더니 5시 50분이 넘어서 갑자기 처리 해야 하는 업무가 생겼는데 다행히 적극적인 협조 덕에 6시에 맞춰 퇴근 할 수 있었다.
집에 잘 들어가보자 했더니 버스 시간이 꼬일 대로 꼬여 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는 통에 분노가 극에 달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꼬일 대로 꼬이는구나. 일이 안 풀리려면 이렇게까지 안 풀릴 수가 있구나 싶었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퇴근 길은 내 잘못 된 선택으로 인해 타야 할 버스를 놓치거나 헤맨거라 그런가 더욱 더 스스로에게 어이없었다.
아무 목적없이 보내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내는 시간을 보내거나 상황에 지배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그 때 만큼은 가슴이 답답해진달까.
오늘은 꼬일 대로 꼬였으니 내일부터는 풀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여기서 더 꼬일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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