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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ustralia

호주 55 주차(8/2~8/8)

by eugeenie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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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금)
오늘은 정든 코워커와의 마지막 근무 일이었다. 더 큰 모험을 위해 떠나는 그는 목적지의 공항에 밤 늦게 도착해 공항 노숙을 한다고 했고, 그 시간에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 할 것 같아 간단하게 요기 할 수 있는 간식 거리를 챙겨 선물로 줬다. 가벼운 포옹과 함깨 작별하는데 왜 눈물이 나려고 했는지. 앞으로의 모험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그를 보내줬다.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이별 할 때는 언제나 아쉬운 마음에 가슴이 쓰릴 때가 있다. 무뎌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 이별 하나하나에 마음이 쓰이는 것을 보면 더 많은 만남과 이별을 보내야 할 것만 같다. 부디 새로운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긴 일주일이었다. 다음 주는 더 긴 한 주가 될 것 같으니 주말 푹 쉬어야지.

8월 3일(토)
아침부터 천근 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켜 외출에 나섰다. 애매한 시간에 기상해 커피를 마시기엔 늦은 것 같아 생략했더니 눈꺼풀이 어찌나 무겁던지. 바다 보러 해변에 도착했는데 모래사장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남편이 필요한 물건이 있어 근처 백화점에 가 쇼핑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는데, 며칠 전 부터 치킨이 계속 땡겨 근처 한국 치킨 브랜드 매장에 갔다. 호주에서는 한국과 다른 방법으로 치킨을 판매하는데, 조각 단위로 치킨을 파는 게 대중적이다. 저녁을 일찍 먹을 계획이라, 4조각 치킨에 감자튀김과 콜라 콤보를 주문했다. 한국식 치킨을 먹는 게 1년 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서비스로 나온 치킨무도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은,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남편은 내일도 저녁 일정 때문에 바빠서 어디 놀러 갈 것 같지는 않다. 나도 피곤하니 좀 쉬어야지.

8월 4일(일)
오전에 청소라고 세차는 생략. 비가 며칠 온다길래 어차피 비 맞을거,라며 세차를 생략한 지 벌써 한 잘 정도 다 되었다. 다음 세차 때 얼마나 꼬질꼬질 할런지.

남편의 저녁 일정 전에 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젤라또 가게에 들렀다. 전 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드디어 가 봤네. 민트초코 브라우니 맛을 먹으려다가 클래식하게 진한 초콜릿이 땡겨 초콜릿 맛을 먹었다.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쌉쌀한 다크 초콜렛의 맛에 없던 기운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내일부터 나는 하루 제외하고 오픈부터 마감까지 풀 타임이다. 목요일이 아주 힘들 것 같은데 한 번 봐야지.

8월 5일(월)
오전 러시 마치고 점심 시간을 가진 뒤에 가게로 복귀하니 다른 바리스타가 얼추 마감 준비를 다 끝내놓았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마감 했다. 나도 다음에 일찍 집에 가는 날 있으면 마감 많이 해 놓고 가야지.

어쩐 일인지 퇴근 길도 하나도 막히지 않아 집에 금방 도착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퇴근길이 너무 막혀서 차 안에서 혼자 성냈는데, 오늘은 신호도 제 때 파란 불인데다가 도로에 차도 하나도 없었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스케줄이다. 조금만 덜 바빠라 제발.

8월 6일(화)
확실히 어제보단 바빴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끊임 없이 이어지는 커피에 지쳐 나가떨어질 뻔 하다가 겨우 점심시간을 갖고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웠다. 아침을 새벽 5시에 먹고 쉴 틈없이 서서 일 하다 보면 금세 배가 고파진다. 차를 안 갖고 가서 버스 타고 귀가 했는데 도착하니 남편은 집에 없었다. 혼자 밥 먹으려면 왜 그렇게 밥 하기가 싫은지. 대충 떼우려고 했는데 내일 남편 점심 먹을 것 까지 필요해 요리하고 점심 먹고 남편 오기를 기다렸다.

결혼 한 이후로 남편이 없으면 잠이 잘 안 온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서 일찍 자야하는데 잠이 올려나 모르겠다.

8월 7일(수)
오늘은 오랜만에 마감 안 하는 날이다. 거의 한 달만인 것 같은데. 마감 안 하면 안 힘들어서 좋다. 집에 가서 할 건 없지만. 그래도 어제와 달리 남편이랑 같이 저녁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이런 날은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하면 딱이다. 배가 많이 안 고프니까 시간을 들여 재료 준비하고 요리 할 수 있달까. 아무튼 일찍 끝난 덕분에 남편과 오붓하게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일은 오픈인데 같이 오픈하는 코워커의 첫 평일 오픈이라 걱정이 많다. 내 걱정을 아는지 경력이 가장 오래 된 다른 직원이 너무 힘들면 자기한테 연락하면 금방 오겠다고 했는데, 말이라도 너무 고마웠다. 그가 오면 나야 좋지만 내일은 매니저가 같이 있으니 상관 없을 것 같다.

8월 8일(목)
오늘 정말 모두에게 힘든 날이었다. 오전 오픈은 무난했는데 러시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나와 같이 있었어야 할 매니저는 다른 지점 틸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지점으로 가 버렸고, 새로운 메뉴가 들어왔는데 그 누구도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아 손님이 주문을 하는데 가격을 몰라 판매하지 못 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것도 모자라 손님들까지 오늘따라 유독 까탈스러운 탓에 정신을 꽉 붙들고 있기 어려워 매니저에게 한탄했는데, 매니저도 마찬가지로 다른 지점에서 힘들었는지 오히려 나를 붙잡고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누가 더 힘들었나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나 참. 매니저가 더 힘들겠지 아무래도. 그렇게 모두에게 힘든 하루가 지나가고 나도 넋이 나간 채로 집에 돌아왔다.

글로 하나하나 나열하자니 다시 스트레스 받는 것 같다. 이 곳에서 일 하면서 처음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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