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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매일이야기

좋은 일과 나쁜 일 질량 보존의 법칙, 인생은 새옹지마

by eugeenie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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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부터 기운빠지는 일이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출근길에 타는 버스에 사람이 붐비기 시작했는데(아마 다른 버스의 배차 시간이 변경되어 환승 승객이 많아진 듯 하다.)

그래도 나는 늘 앉아서 올 수 있고 내가 내릴 곳에서 내리는 데 무리도 없었다.

 

그런데 그 날은 유독 사람들이 더 많이 탑승했고 내릴 때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서 있는 승객들이 비켜 줄 틈도 없을 정도이다 보니 우당탕탕 여기저기 사람들과 밀고 부딪치고 하다가 버스 뒷 문이 닫혀버렸다.

더워서 힘도 없고 사람하고 부딪쳐서 더 기운빠지는데 기사 아저씨한테 문 열어달라고 큰 소리를 꽥꽥 내다보니 내릴 때는 이미 만신창이.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길도 평소보다 더디고 반납해야 할 책도 있어 도서관에 책 반납까지 하느라 몇 걸음은 더 걸었을 거다.

도착해서는 힘들어서 그런가 정신 차릴 새도 없었는데 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일 처리를 하는데 꼭 나사 하나 빠진 것 마냥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일 하면서 실수를 하는 건 아닌데 내 결과물에 자꾸 의심이 간달까?

잘 한 건가? 뭔가 빠뜨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일을 제대로 한 건지 만 건지 구분이 안 가고 그저 시간이 가는 대로, 늘 하던 일이니까 몸과 머리가 반응하는대로 일처리를 했더랬다.

 

오늘은 영 날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 퇴근길에는 자전거를 대여해서 집으로 갔다.

두드러기 기록에서도 말했지만 퇴근 할 때 자전거를 타고 간 지 벌써 5개월차다. 

공용 자전거라 상태도 늘 들쭉날쭉에다가 안장 높이도 매번 새로 맞춰야해서 무릎이 많이 아픈 날도 있는데,

이 날은 상태가 아주 좋은 자전거를 빌렸다.

 

페달도 체인도 모두 멀쩡하고 안장까지 나에게 딱 맞아서 무릎에 부담없이 한참을 달려가고 있었다.

자전거 타고 가다보면 신호등이 없는 짧은 횡단보도를 세 번 정도 건너야하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우회전 할 때 잘 멈춰주지 않는 편이라 열 걸음 정도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참 어렵다.

그런데 이 날은 웬일인지 건너려는 모든 횡단보도마다 차들이 먼저 멈춰선 덕에 안전하게 건널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차는 달려오다가 나를 보더니 속도를 줄여 나보다 늦게 횡단보도에 도착해 내가 건널 시간을 벌어주지까지 했다.

 

참 이상한 날이었다.

아침에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정신이 반쯤 나가서 일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상태 좋은 자전거를 빌렸고 늘 건너기 쉽지 않았던 횡단보도를 수월하게 건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었으면 나를 기쁘게 하는 일도 반드시 생긴다는 거를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일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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